지니안 컴퍼니는 제 이름으로 만든 개인사업자 회사예요. 로고에도 저라는 사람이 조금 보였으면 해서 AI에게 시안 열여섯 개를 한판에 보여 달라고 했습니다. 처음부터 정답을 설명할 수는 없으니, 일단 여러 개를 펼쳐놓고 고르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안을 보고 제가 한 말은 “너 진짜 로고 못 만드는구나”였습니다. 너무 멀쩡한 회사 로고처럼 보였거든요. 회사 이름을 넣고 그럴듯한 모양을 붙인 것만으로는 제가 쓰고 싶은 로고가 되지 않았어요. 조금 더 센스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 센스가 정확히 어떤 모양인지는 저도 그림을 보면서 골라야 했습니다.
Higgsfield로 다시 시안을 만들었고, 이번에는 02번이 좋았어요. 검은 옷을 입고 웅크려 앉은 사람 위로 빨간 점 하나가 떠 있는 그림이었습니다. 아래에는 회사 이름이 손으로 쓴 듯 놓여 있었고요. 반듯한 도형보다 그 앉아 있는 사람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기서 로고 파일만 받아도 됐을 텐데, 다음 요청이 붙었어요. “02번 좋다. 그 방향으로 로고 만들고 회사 웹사이트도 그 방향으로 다시 디자인해봐.” 로고를 고르던 일이 홈페이지를 고치는 일로 커진 순간입니다.
그림 하나를 크게 올린다고 홈페이지 전체가 같은 느낌이 되지는 않았어요. 로고는 느슨하게 그려져 있는데 제목이 너무 얌전하면 따로 노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핵심 제목에는 손글씨 느낌을 넣어 달라고 했어요. 바꾸고 나니 이번에는 좀 더 임팩트가 있었으면 좋겠고, 더 강하게 바꾸니 너무 한국적인 캘리그라피처럼 느껴졌습니다.
손글씨라는 말 하나 안에도 꽤 다른 모양이 들어 있더라고요. 제가 원한 건 붓으로 멋있게 쓴 글씨보다는 종이에 펜으로 툭 적은 쪽에 가까웠어요. 제목은 그렇게 조금 풀어 주고, 길게 읽는 본문은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씨로 두었습니다. 모든 글자가 제각각 손을 흔들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다음에는 블로그가 생겼어요. AI와 서비스를 만들다가 있었던 일을 적어 둘 곳이 필요했고, 제목만 줄줄이 있는 목록보다는 그림과 짧은 소개가 같이 보이는 갤러리가 좋겠다고 했습니다. 검색이나 태그로 글을 찾아볼 수 있게 구조도 넣었어요. 로고를 고르기 시작했을 때는 없던 페이지가 하나 더 붙었습니다.
목록까지 만들고 보니 이번에는 카드와 버튼이 너무 정돈돼 보였어요. 로고와 제목은 손으로 그린 느낌인데, 그 아래 상자들은 반듯하게 줄을 맞추고 있었거든요. 카드 가장자리와 버튼에도 조금씩 삐뚤어진 펜 선을 넣어 달라고 했습니다. 그제야 로고에 있던 분위기가 페이지 아래까지 이어졌어요.
처음 요청에는 시안 열여섯 개가 들어 있었고, 이어진 요청에는 홈페이지, 손글씨, 블로그, 카드와 버튼이 차례로 들어갔습니다. 한 번에 취향을 정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나온 걸 보며 “이건 좀 심심하다”, “이쪽은 너무 캘리그라피 같다”고 말할 수는 있었어요. 그 말을 하고 다시 보는 과정에서 지금 모습이 됐습니다.
이제 그 블로그에 첫 글을 올리고 있어요. 무슨 이야기를 먼저 쓸까 하다가, 이 공간이 생긴 이야기가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로고 하나 고르러 왔다가 글 올릴 곳까지 만들었으니, 첫 글 정도는 로고에게 자리를 줘도 되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