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 AI랑 기생체 게임을 만들고 있었어요. 기생체가 숙주의 장기를 차지하고, 성장하면서 숙주의 상태도 살펴야 하는 게임이에요. 장기마다 영양을 어떻게 쓸지 고르고 진화도 시키다 보니, 설명할 수 있는 기능은 꽤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직접 플레이해 보고 남긴 평가는 한 줄이었어요.
그냥 플레이하기에는 되게 재미가 없다.
만들 때는 할 일이 계속 생겨요. 버튼을 붙이고, 수치가 맞는지 보고, 저장했다가 다시 켜서 진행 상황이 남는지 확인합니다. 하나를 고치면 또 확인할 게 나오고요. 그 과정에서는 화면이 조금씩 완성되는 게 보이니까 게임도 앞으로 가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하지만 만들면서 확인하는 일과, 플레이하면서 다음 선택을 기다리는 일은 달랐습니다.
저는 이미 어디를 눌러야 하는지 알고 있었어요. 그래도 막상 게임을 켜고 있으면 ‘지금 이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았습니다. 숫자가 오르고 장기가 자라도, 그 변화가 다음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는 않았어요. 기생체가 숙주 안에서 살아남는다는 설정만으로는 손이 가는 이유까지 생기지 않았습니다.
당시 화면을 다시 보니 첫 장면에도 문제가 있었어요. 숙주 그림이 화면을 크게 차지하고, 장기 강화나 진화처럼 실제로 고를 수 있는 조작은 아래쪽에 있었거든요. 처음 보는 사람은 그림을 한참 보고 나서 화면을 내려야 선택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만든 사람인 저도 재미가 없다고 느꼈는데, 첫 화면에서 뭘 할 수 있는지조차 바로 안 보이면 더 오래 붙잡고 있을 이유가 없겠죠.
그래서 그때는 그림 앞에 영양을 어디에 배분할지, 지금 모인 자원이 얼마인지, 강화와 진화 중 무엇을 고를 수 있는지를 올렸어요. 작은 화면에서도 스크롤하기 전에 선택지가 보이는지 확인했습니다. 적어도 첫 화면에 들어온 사람이 할 일을 찾기 쉬워진 셈이에요. 그렇다고 그 수정 하나로 게임이 재미있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었어요.

예를 들어 영양을 지금 써서 장기를 늘릴지, 모아서 다른 진화를 노릴지는 선택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어느 쪽을 골라도 플레이하는 동안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한다면, 다음에는 그냥 익숙한 버튼을 누르게 될 거예요. 복귀했을 때도 자원이 쌓였다는 표시만으로는 부족했어요. 오랜만에 켠 사람이 그 자원으로 무엇을 해볼 수 있는지 알아야 하니까요.
AI에게도 게임을 여러 관점에서 살펴보게 했어요. 처음 하는 사람에게 목표가 보이는지, 다른 성장 방향을 고를 이유가 있는지, 돌아왔을 때 다음 행동이 있는지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다만 AI가 화면이나 코드를 보고 적은 의견을 실제 여러 사람이 재미있게 했다는 반응으로 셀 수는 없어요. 어디서 막힐지 짚어주는 메모로 받아들이고, 직접 해보며 확인할 문제는 따로 남겨 두었습니다.
게임을 만드는 동안 AI와 필요한 기능을 하나씩 화면에 올렸어요. 그 화면 앞에서 제가 한 말은 ‘재미가 없다’였고요. 직접 해보지 않았다면 계속 기능을 더 달라고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시에는 새 버튼을 떠올리기 전에, 이미 있는 버튼을 왜 누르고 싶은지부터 다시 보기로 했어요.


